나는 왜 여기에

 


나는 왜 여기에

달빛에 잠자던 강아지풀
군화에 채여 잠을 설친다

선잠 섞인 눈은
아직도 꿈결만 같은데
동트는 하늘엔 구름이 일고
나무숲 산새는
이슬 실은 날개짓 부산을 떤다

아침 이슬에 젖은 철모
이제는 땀에 젖었나 보다
무겁기만 하다

고개들어 하늘을 본다
태양은 찌릿찌릿 맴을 돌고
뙤약볕 뜨거운 화살보다
더 뜨거운 심장이 있기에
다시 걸어 전진..

달빛 밝은 밤이면 풀무치들
다정히 별 헤는맘 달래주고
가슴엔 접어둔 사랑
고이 숨쉬는데 던져지는 물음표

나는 왜 여기에?

잘려진 조국의 산하를 잇고자
사나이 타오르는 정열
제복을 입은 영광으로 오늘을 산다

DMZ, 버려진 땅,
묵묵히 흐르는 강
우리 손잡고 밟고 건너는 날
보람찬 가슴속
뜨거운 영광의 눈물 있으리..


서부전선 어느날..
- 스물셋 비망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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