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에게








갈대에게


너는 이제 울음을 다 삼켜 버리고
휘파람을 불며 일어나 보아라.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너의 그 엄청난 울분을 잠재우고
이젠 너의 깊고 깊었던 폐허위에
이젠 너의 서럽고 괴로웠던 아픔위에
초연히 서있어 보아라.


너의 서러웠던 몸이
참고 견디었던 몸이
너 혼자만의 아픔이 되지 말고
스치는 바람에 실어 보내어라


수많은 세파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었던 한세월
속울음 하나로도
가는 허리에 금이 가련만
희망은 맑은 하늘로
너에게 오는구나.


이제 너는 너를 버리며
갈대로 갈대로
휘파람 불며
서럽게 참아왔던 울분
모두 잊고서..


일어서라
일어서 보아라...


(백령섬에 갖힌 스물둘 가을 비망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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