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그리움을 찾던 날..

 

20년 그리움을 찾던 날..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과 함께
어느새 그리도 빨리 지나 버렸는지..
20년 세월동안 가슴 저편에 묻어둔 그리움을 찾으러 가던 날
난 유년시절 아이가 되어 소풍 가기전날 설레임에 들떠있었다.
나도 이제 40대 중반의 중년신사가 되었는데..
누난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예전의 모습은 남아있겠지..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니 392km, 천릿길이다.
그 설레임에 쉬지 않고 차를 몰아 내려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누나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슬피 울던 모습,
군에 있을 때 보내준 편지,
휴가 때 함께 영화 본 기억,,,
오래전 그 시절 철없던 동생들이 귀찮을 법도 할 텐데
늘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줬던 누나
생각해보면 큰 나무 같은 누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전역 후 고향을 떠나와서
이곳에서 꿈을 갖게 되었고, 대학도 졸업하구,
결혼도 하구, 아이들이 생기고..
벌써 이십여년의 세월 속에
어느덧 난 중년가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가끔 고향을 찾을 때면 누나 소식을 간간히 물어봤지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얻고자 열망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라는 말처럼
작년말에 친구로부터 지방 국도변에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누나 소식을 듣게 되었고
언젠가는 꼭 찾아볼 수 있을 거라는 내 믿음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만약 연예인이 되었다면..
아마도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찾지 않았을까

휴게소가 가까워지자
맞선보러가는 심정이 들었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날 기억은 하지 못하면 어쩌지..
결혼도 하셨는데..
낯선 이의 등장으로 괜히 누나나 가족들에게 폐가되진 않을까

휴게소에 들어가니 누나의 모습이 느껴지는 듯 비슷한 분이 계셨는데..
누난 지금 없단다. (법정스님 다비식에 가셨다고..)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언제 오실지도 모른다니
허망한 마음이 들었다.


고향동생이라고 하니, 어머니가 계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몸이 불어난다고 하는데..
누나 어머닌 크게 달라지신게 없는 듯
세월의 흐름에 주름이 늘었지만 건강하신 모습이셨다.
나를 기억해주시고 끼니를 챙겨주시는 모습은
변함없이 정이 많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이셨다.
명함을 드리고 나서면서..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왜일까

또 다시,  20년 그리움을 담고서
고향으로 가는 길..
보이는 산이며 들녘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그리움은 꺼내는 것보다는 가슴에 묻어 두는게
그리움의 향수를 오래도록 가둬두는가 보다..

(201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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