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80년 5월을 기억하며..)

 

80년 5월을 기억하며..

80년 5월..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그 시절..
임시 휴교조치로 학교에 가지 않았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움에
친구들과 좋아했던 철없던 아이이기도 했었다.

정치나 권력, 사상이 뭔지 깊이 알지 못했던 어린 중학생의 눈은
5월의 핏물을 보면서 정치.권력의 이면에 숨은 잔악함을
어린 나이에 빨리도 체험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간간히 들리던 총소리, 유혈이 낭자한 사람을 포대기로 싸들고
영산강 다리건너 병원(당시 조외과)으로 달리는 사람들도 보았고
포대기에서 떨어지는 검붉은 핏물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친구들과 광주를 가보기로 하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대중교통이 끊어진 텅빈 도로위 좌우로 피난민들 행렬이 줄을 지어 내려오고 있었다.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가는 여인들,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들..
간간히 뒤집힌 채 논에 처박힌 버스와 트럭들..
논바닥에 흘러내린 핏물, 피뭇은 옷가지들..

남평을 지나 두갈래길이 하나로 모여
광주로 진입하는 길목에 다다라서 본 현장에는
탱크 한 대와 헬기 한 대가 착륙해 길을 막고 있었고
탱크 옆에 공수부대로 보이는 군인들이 우리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있고
군인 몇 명이 신분증을 검사하고 검문검색을 하며 오가는 피난행렬들을 통과 시키고 있었다.

TV나 영화가 아닌 실제로 탱크와 헬리콥터를 처음 봤던 날
더 이상 광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친구들과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세월은 흘러 그때 어린 중학생은
이제 50을 훌쩍 넘긴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고..
80년 5월의 어린 중학생보다 훨씬 더 커버린 아이들을 둔 아버지가 되었다.

권력의 칼이란..
누구의 손에 쥐어지는가에 따라 그 용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부디, 현 정권의 권력의 칼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썩고 곪아 있는 부정.부패를 도려내는 칼로 정의롭게 사용되어서
후세 대대로~
자유민주주의의 눈부신 햇살을 누릴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정권이 되기를 염원해보며..
5월의 묻혀버린 기억을 떠올려 봤다.
....
..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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