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허수아비1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헤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 왔으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 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허수아비2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 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매번 오라 하기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차마 그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 곳만 본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허수아비 그 이후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운다.

늙고 초라한 몸보다도

자신의 존재가 서러워 한없이 운다.

한낮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지만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목이 메인다.

 

속절없이 무너져

한없이 운다.

 

 

이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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